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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서천군 색다른 서천의 밤, 문헌서원 달빛기행

Writer|관리자	Date|2015-08-13 13:50	Hit|2,482
File #1|문헌서원.jpg
색다른 서천의 밤, 문헌서원 달빛기행 보름날 밤, 서천 문헌서원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다. 도시의 불빛과 열기에 지친 사람들은 조용한 시골의 고즈넉한 서원에서 한가로운 여름밤, 자신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달빛을 받으며 산책하고, 역사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소박한 저녁상과 풍류를 즐기는 이들에게서 삶의 여유를 엿본다.   문헌서원 전경     [왼쪽/오른쪽]문헌서원 달빛기행 전통 공연/경현루에서 연주하는 대금 공연   아늑하고 평화로운 서원에서 보내는 하루 충남 서천군 기산면에는 400여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문헌서원이 있다. 서원이란 조선 시대에 성리학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지방에 세운 사학으로, 지금으로 말하면 작은 지방대학쯤 된다. 뒤로는 울창한 솔숲을 거느리고, 옆으로는 너른 잔디밭을 두른 문헌서원은 “한 번도 안 가볼 수는 있어도 한 번만 가볼 수는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곳이다. 서원의 의미나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풍요로운 자연 속에 우아하게 자리 잡은 면모가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든다. 지금의 문헌서원은 고려 말의 대학자인 가정 이곡 선생과 그의 아들 목은 이색 선생의 사당이 있던 곳으로, 문헌서원 전통역사마을 조성사업에 따라 중건되어 2013년에 다시 문을 열었다. 성리학의 대가 이곡 선생과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문헌서원은 조선왕조와 근현대를 거치며 이런저런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 모습을 보면 지난한 세월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다. 이종선 효자비에 대해 설명하는 향토사학자 유승광 박사   자연과 마을을 누리는 천년솔바람길 산책     [왼쪽/오른쪽]문헌서원 옛터에서 기와 조각에 대해 유심히 듣는 아이들/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천년솔바람길 산책   솔숲 산책하고 전통 밥상 시식하며 안온한 저녁 달빛기행은 달이 뜨기 전, 주변 산책으로 시작한다. 오후 4시 30분경 해가 절정에서 내려오면 서원 뒤편으로 난 솔숲 길에서 ‘천년솔바람길’ 산책으로 달빛기행을 마중한다. 10분 정도 이어지는 울창한 솔숲 고개인 성황당 고갯길을 넘어, 고촌의 이종선 효자비를 거쳐 문헌서원 옛터에 들렀다가, 농민문학가 박경수 작가의 생가지까지 걷고 문헌서원으로 돌아가는 코스다. 솔숲과 마을 길, 역사 유적지와 문학작품 배경지 등을 산책하다 보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오랜만에 시골 동네에 놀러 온 듯 한가로운 기분이 된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향토사학자의 흥미로운 설명이 곁들여지는 알찬 시간이다. 천년솔바람길 코스에 따라 솔숲에서 기린봉을 거치기도 한다. 20분 정도의 산행으로 기린봉에 올라서면 서천 읍내와 하구의 평야 지대인 화양뜰, 금강 하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왼쪽/오른쪽]솔숲에서 내려다보는 문헌서원/너른 잔디가 평화로운 문헌서원   재미있는 설명이 곁들여지는 천년솔바람길 코스는 특히 어린이를 둔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도시 아이들은 솔숲을 걸으며 풍요로운 자연을 느끼고, 문헌서원 옛터에서 기와 조각을 주우며 향토사학자에게서 역사 이야기를 듣는다. 이 고장의 자연과 역사, 문학의 향기를 음미하며 문헌서원으로 돌아와 서원 한쪽에 자리한 수각에서 목을 축이고 마무리한다. 두 시간 남짓 산책을 끝내면 어느덧 해가 지고, 이제 달빛 맞을 준비를 한다. 문헌서원 달빛기행 전에 먼저 전통 밥상을 받는다. 금강산도 식후경, 달빛기행도 식후경이다. 문헌서원 옆에 자리한 문헌전통호텔에는 시우관이라는 식당이 있다.  쇠고기뭇국과 제육복음, 오징어숙회 등이 곁들여진 상이 소담하고 깔끔하다. [왼쪽/오른쪽]뒤로 솔숲을 두른 문헌서원/문헌서원 달빛기행 프로그램 중 문헌전통밥상 식사 서원 산책과 전통 공연 관람으로 마무리 식사하고 저녁 8시, 본격적으로 달빛기행에 나선다. 달빛 내리는 밤, 20여 명씩 조를 나눠 문헌서원 곳곳을 누빈다. 같은 서원이라도 밤에 걷는 느낌은 낮과 완전히 다르다. 문화해설사의 안내와 설명에 따라 작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발길을 옮기며 한 시간 동안 서원을 돌아본다. 달빛기행의 서막은 대금으로 시작된다. 문헌서원 초입 연못의 경현루에 문득 조명이 비치고, 정자 위에 도포를 입은 선비가 대금을 연주하면 밤의 서원 산책은 낭만과 운치를 더한다. [왼쪽/오른쪽]이곡과 이색의 문집이 보관된 장판각/운치 있는 문헌서원 달빛기행   [왼쪽/오른쪽]문헌서원 달빛기행의 풍류를 더해주는 전통 공연/달빛을 받으며 즐기는 문헌서원 공연 해설사의 조곤조곤한 설명도 선선한 밤에 들으니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 무심하게 듣던 이야기와는 달리 더 관심이 간다. 광해군이 사액을 내리고 우암 송시열이 현판의 글씨를 썼다는 진수당에 걸린 ‘문헌서원’ 네 글자가 형형히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팔만대장경을 떠올리게 하는 옛 목판이 소장된 장판각도 달빛기행에서만 특별히 그 내부를 볼 수 있다. 이곡 선생과 이색 선생의 《가정집》 《목은집》 문집판이 보관된 장판각에 들어서자마자 콧속으로 오래된 묵향이 스민다.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묘한 감상에 젖는다. 이색 선생의 영정이 모셔진 영당을 지나, 서원 옆으로 멀찌감치 이색 선생의 묘소도 보인다. 너른 잔디가 펼쳐진 언덕의 묘소는 풍수적으로 그 위치가 빼어나다. 달빛을 받은 묘소는 밤이라도 으스스하다기보다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한 시간 남짓 서원 기행이 끝나면 주 무대가 되는 강당에서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대금 연주와 시조 읊기, 거문고 연주, 전통 춤 등이 흥을 돋우면 관람자들은 달빛을 마주하고 서원의 운치를 즐긴다. 시원한 국화차 한잔 마시며 관람하는 전통 공연은 잠깐이나마 선조들의 풍류를 경험하게 한다. 우리를 먼 옛날로 데려가 운치와 낭만은 물론 역사의 흐름까지 느끼게 하는 문헌서원 달빛기행은 10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날짜는 추석을 제외하고 보름달이 뜨는 8월 29일과 10월 24일로 예정되며, 8월 29일에는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선착순으로 40여 명까지 참여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서를 작성해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