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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불 흩날리는 춘야(春夜)의 낙화(落火)쇼! 함안낙화놀이
Writer|관리자 | Date|2018-05-14 12:00 | Hit|953 |
File #1|2545082_image2_1.jpg | ||
어스름이 찾아든 무진정의 저녁. 길쭉한 낙화봉에서 터져 나오듯 화려한 불꽃이 쏟아진다. 낙화봉 2500개가 일제히 불꽃을 쏟아내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쏟아진 불씨들은 꽃잎처럼 가볍게 날아오르기도, 폭포처럼 그저 흘러내리기도 한다. 점점이 흩어진 작은 불씨들은 마치 밤하늘을 유영하는 반딧불이처럼 반짝인다.
함안 괴항마을은 예로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낙화놀이를 했다. 줄에 매달아 놓은 불꽃이 땅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낙화(落火)요, 그 모습이 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낙화(落花)다.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낙화에는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지나온 감사의 마음과 풍성한 한 해를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함께 담겼다. 무진정 연못 위에 걸어놓은 2500개의 낙화봉에서 아름다운 불꽃이 쏟아지고 있다.(사진제공 : 함안군청)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함안의 낙화놀이
함안낙화놀이의 역사는 조선 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안 지역 구술 역사에 따르면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부임한 한강 정구가 군민의 안녕을 위해 창시했다는 것. 이후 조선 고종 때 함안군수를 지낸 오횡묵이 이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가 일기 형식으로 쓴 <함안총쇄록>에는 “등불을 매단 가옥이 10채 가운데 7~8채”라거나 “낙화놀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성루에 올랐다”, “등불이 달린 형색으로 태평성대를 점쳤다”와 같은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는 당시 함안낙화놀이가 함안읍성 전역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이런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함안낙화놀이는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행해지는 많은 낙화놀이 가운데 유일하게 문화재(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다.
함안읍성 곳곳에서 펼쳐지던 낙화놀이가 지금의 무진정으로 장소를 옮긴 것은 1960년에 괴항마을청년회가 이곳에서 낙화놀이를 재현하면서부터. 재정적 이유로 2~5년에 한 번씩 열리던 낙화놀이는 1985년, 함안문화원의 후원을 받으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지금에 이른다. 무진정(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158호)은 조선 중기 문신 조삼(趙參) 선생이 기거하던 곳으로 1597년 후손들이 그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정자를 건립했다. 무진(無盡)은 조삼 선생의 호다. [왼쪽/오른쪽]1963년 낙화놀이를 기념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이다.(사진제공 : 함안군청) / 무진정은 조선시대 문신 조삼 선생이 기거하던 곳에 후손들이 세운 정자다.
[왼쪽/오른쪽]낙화놀이에 앞서 고유제가 열리는 영송루와 다리 / 무진정 연못에 비친 반영이 아름답다.
괴항마을에서는 세벌 논매기가 끝나고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면 마을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낙화놀이를 준비했다. 뒷산에서 참나무를 베고, 미리 준비한 가마에서 숯을 구웠다. 세 번 네 번 정성껏 빻고 또 채로 걸러낸 숯가루는 광목 심지와 함께 한지로 말아 타래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숯가루 타래 두 개를 맞잡고 촘촘히 꼬면 마침내 꽈배기를 닮은 낙화봉이 완성된다. 유황이나 소금, 사금파리 같은 부재료를 숯과 함께 넣는 다른 지역의 낙화봉과 달리 함안낙화놀이에 사용하는 낙화봉에는 오직 숯가루만 들어간다. 함안군에서는 전통방식의 낙화봉 제작방법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낙화놀이용 낙화봉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제10-130037호) 등록을 마쳤다. 나무를 베고 숯을 구워 낙화봉을 완성하는 데에는 20일 정도가 걸린다.
낙화봉을 제작하는 마을 주민들(사진제공 : 함안군청)
올해도 어김없이 사월초파일(5월 22일)에 함안 낙화놀이가 무진정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축제는 오후 4시30분, 식전행사인 앞놀이를 시작으로 고유제, 개막식 순으로 진행된다. 개막식에 이어 오후 7시30분부터 함안낙화놀이의 하이라이트인 점화식이 시작된다. 전통복 차림의 함안낙화놀이보존회 회원들이 뗏목을 이용해 무진정 연못에 걸린 낙화봉에 일일이 불을 놓는 모습도 장관이다. 광목 심지로 옮아붙은 불은 2시간 남짓 불꽃을 쏟아내며 화려한 낙화쇼를 연출한다. 식전행사와 함께 진행되는 낙화봉 만들기 체험도 흥미롭다.
올해 함안낙화놀이는 오는 5월 22일 무진정에서 열린다.(사진제공 : 함안군청)
볼거리 풍성한 아라가야의 고도, 함안
낙화놀이를 기다리는 낮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면 무진정에서 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함안박물관과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을 놓치지 말자. 함안은 금관가야와 더불어 가야 문화를 대표하는 아라가야의 고도가 있던 곳으로 함안박물관은 아라가야의 역사를 살피고 말이산에서 출토된 토기와 말 갑옷 같은 가야시대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뒤로는 가야시대 왕과 귀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 있다. 해발 68m의 나지막한 산 위에 조성된 이 고분군은 산책로가 잘 정비돼 온 가족이 산책하듯 다녀오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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