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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미 인간의 이해 범위 넘어섰다

Writer|관리자 Date|2017-07-26 11:47 Hit|1,098
이제는 고전이 된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한 외계 종족은 삶과 우주, 세상 만물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 '딥소트(Deep Thought, 깊은 생각)'를 개발한다. 너무 방대해 그 크기가 작은 도시에 맞먹는 딥소트는 750만 년에 걸친 연산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삶과 우주,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의 답은 42입니다."(위 영상은 이 소설을 소재로 한 영화의 한 장면)

750만 년 동안 해답을 기다렸던 이 외계 종족은 기상천외한 답에 당황한다.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SF 팬들은 42가 무슨 뜻인지를 놓고 아직도 갑론을박을 벌인다. 저자 애덤스가 답을 공개하지 않은 채 2001년 운동 중 심장마비로 돌연사하면서 42의 의미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됐다.
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 전편은 2002년 한 권으로 묶여 출간됐다.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1979년 처음 출간됐다. 당시만 해도 인간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한 결정을 내리는 컴퓨터의 존재는 SF장르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더이상은 아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일각에선 머지않아 AI의 결정이 이해를 포기한 채로 믿고 따라야 하는 신앙의 영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해할 수 없는 AI'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다. 알파고는 지난해 3월 한국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5전을 벌여 4승 1패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박정환 9단, 커제 9단 등 한·중·일 초일류 프로기사와의 온라인 대국에서 60전 60승을 거뒀다.

수십 차례에 걸친 인간과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수는 대부분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것이었다. 바둑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돌을 내려놓을 때마다 그 수를 해석하기에 급급했다. 인간의 관점에서 악수(惡手)로 보였던 알파고의 한 수가 대국이 진행됨에 따라 절묘한 승부수로 판명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세계 바둑 최강자로 꼽히는 중국의 커제가 지난 5월 알파고와의 대국 도중 승산이 보이지 않자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알파고를 만들어 낸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알파고가 왜 그런 수를 뒀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바둑 뿐만이 아니다. 2015년 미국 뉴욕의 마운트사이나이 병원은 인공지능 '딥 패이션트(Deep Patient)'에 환자 70만 명의 데이터를 입력해 학습시켰다. 딥 패이션트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환자들의 병명을 예측했다. 심지어 입력하지 않은 사실조차 데이터 분석을 통해 스스로 알아내는 모습까지 보였다.

딥 패이션트는 너무나도 뛰어난 나머지 의료진의 이해조차도 넘어서고 말았다. 딥 패이션트는 조현병 등 초기 진단이 어렵기로 악명 높은 정신질환까지도 정확하게 예측해냈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딥 패이션트의 개발과 운영을 총괄한 생명공학자 조엘 더들리는 "우리는 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그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오늘날 AI 기술의 핵심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개발자가 프로그램에 필요한 모든 내용들을 일일히 손으로 입력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이 개발자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머신러닝 기술을 채택한 오늘날의 AI는 다르다. 개발자가 AI에 기본적인 규칙이나 학습 능력을 만들어주고 데이터를 입력하면 나머지는 AI가 알아서 터득한다. 이 '알아서 터득하는 부분'은 개발자들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다. 개발자들이 AI를 속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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